야구
[2016년 ML 결산⑤]AL 중부-클리블랜드, 저주 앞에 무너졌다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의 2016시즌은 다른 어떤 지구보다 예상이 힘든 지구였다. 5개의 팀들 중에서 어느 하나 압도적인 전력을 갖춘 팀도 없었고 각 팀마다 저마다의 장점과 단점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나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의 2015시즌이 예상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었기에 사람들마다 2016시즌에 대한 다른 전망들을 내놓았다.지난 시즌 우승팀이었던 캔자스시티 로얄스는 우승의 주역들이 FA로 전력에서 이탈하면서 우승권에서 멀어졌고 작년에 깜짝 활약을 했던 미네소타 트윈스 역시 어린 선수들의 성장과 KBO 홈런왕 출신 박병호의 적응이라는 가정이 성립해야 하는 팀이었다. 지난 시즌 3위 팀이었던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는 뚜렷한 보강 없이 시즌을 시작했으며 시카고 화이트삭스는 여전히 리그 최고의 원투펀치인 크리스 세일과 호세 퀸타나만 믿고 있었다. 오히려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지구 1위 자리를 내주지 않았지만 지난 시즌 최하위 팀으로 추락했던 디트로이트 타이거즈는 FA 시장에서 2억5000만불이 넘는 돈을 쏟아부으며 다시 한 번 우승에 도전했다. 쉽게 예측하기 힘들었던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의 대결은 의외로 쉽게 결정이 되었다. 최고의 다크호스로 꼽히던 미네소타는 기대했던 젊은 선수들의 부진으로 일찌감치 리그 최하위 팀으로 밀려났고 클리블랜드는 리그 최고라고 평가받았던 선발투수들이 기대에 걸맞는 활약을 보여주며 압도적인 성적으로 중부지구 1위 자리를 차지했다. 지난 시즌 최하위의 성적에도 불구하고 큰 돈을 투자한 디트로이트는 시즌 9경기를 남겨두고 와일드카드 2위였던 볼티모어 오리올스에 0.5게임차까지 따라 붙으며 마지막까지 치열한 경쟁을 펼쳤으나 마지막 8경기에서 3승 5패로 무너지면서 와일드카드 순위 3위로 아쉽게 시즌을 끝냈다. 작년에 비해 큰 전력 누수가 있었던 캔자스시티는 선전했지만 결국 부진했던 선발투수들이 발목을 잡으며 5할 승률에 만족해야만 했으며 애매한 전력이었던 화이트삭스는 역시 애매한 성적만 남기고 2016시즌을 끝마쳤다.◇ 1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94승 67패) 월드시리즈 준우승리그 최고 수준으로 인정받던 선발진과 짜임새 있는 타선, 탄탄한 수비력을 과시한 클리블랜드는 6월 4일 이후 단 한 번도 지구 1위 자리를 빼앗긴 적이 없으며 8월 11일 이후 2위와의 격차가 4게임 이하로 줄어든 적이 없을 정도로 압도적이고도 완벽한 시즌을 보냈다. 야수들은 102 wRC+(AL 4위), 777 득점(AL 2위), 0.759 OPS(AL 4위), 134 도루(AL 1위)로 전체적으로 짜임새있는 리그 상위권의 공격력을 보였으며 수비적으로도 35.6 UZR(전체 4위), 17 DRS(전체 9위)의 수비 성적을 기록하며 지난시즌에 비해 업그레이드 되었다.(2015시즌 21.0 UZR, 17 DRS) 클리블랜드의 뛰어난 공격과 수비는 야수들의 27.4 fWAR(AL 2위, 전체 4위)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하지만 클리블랜드의 가장 큰 무기는 투수력이었다. 시즌 전부터 주목받던 선발진을 중심으로 클리블랜드의 투수들은 3.57 ERA(AL 2위), 3.62 FIP(AL 1위), fWAR 21.1(AL 1위)를 기록했다. 클리블랜드의 젊은 선발진은 다소 기복 있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으나 기대대로 메이저리그 선발투수 전체 1위의 평균 구속(92.9mph)의 빠른 공을 던졌으며 역시 전체 1위의 삼진율(24.2%)로 상대 타자들을 압도했다. 비록 월드시리즈 우승을 눈앞에서 놓치긴 했지만 최강의 팀이라던 시카고 컵스를 상대로 7차전까지 가는 명승부를 만들어 냈으며 공수주에서 모두 짜임새있고 안정적인 전력을 갖춘 클리블랜드는 월드시리즈 준우승 팀으로서 손색이 없는 훌륭한 팀이었다.이 과정에서 2015시즌 아메리칸리그 신인상 투표 2위였던 23살의 프란시스코 린도어는 주전 유격수로 158경기를 소화하며 0.301/0.358/0.435, 15홈런 19도루로 흠 잡을데 없는 타격성적을 기록했고 생애 첫 올스타에도 선정되었다. 또한 뛰어난 수비로 골드글러브 수상자가 되었으며 MVP 투표 9위에 오르는 등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유격수가 되었다.린도어를 비롯하여 카를로스 산타나, 제이슨 킵니스 등의 야수들이 전성기의 나이를 향하고 있고 코리 클루버, 카를로스 카라스코, 대니 살라자의 선발투수진에 대한 기대하 여전히 높은 만큼 클리블랜드의 미래는 더욱 밝다. 트레이드를 통해 클리블랜드에 합류한 불펜투수 앤드류 밀러(트레이드 이후 28이닝 1.55 ERA, 46삼진, 2볼넷, 후반기 K/BB 전체 1위)가 2019년까지 함께 하는 만큼 클리블랜드의 우승 도전은 계속될 것이다.◇ 2위 디트로이트 타이거즈 (86승 75패)지난 시즌 지구 최하위를 기록한 디트로이트는 리빌딩의 시기가 다가왔다는 사람들의 평을 비웃듯이 명예회복을 위해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었다. 디트로이트는 지난 시즌 약점이었던 선발투수를 보강하기 위해 우완투수 조던 짐머맨에게 5년 1억1000만불의 대형 계약을 안겨었으며 여기에 그치지 않고 FA 외야수 랭킹 2위였던 저스틴 업튼을 무려 6년 1억3275만불에 영입하며 우승에 대한 의지를 다시 한 번 다졌다. 하지만 디트로이트를 지구 2위로 이끈 선수는 FA 2인방이 아닌 과거의 에이스, 부활한 저스틴 벌랜더였다. 2011시즌 역대 8번째 사이영상, MVP 동시 수상 이후부터 하락세를 보이던 저스틴 벌랜더는 2016시즌 완벽하게 부활한 모습을 보였다. 92.8mph까지 떨어졌던 구속은 93.5mph로 상승했고 그 결과 데뷔 이후 가장 높은 12.0%의 헛스윙률, 가장 낮은 18.6%의 라인드라이브율은 기록하며 구위가 회복했음을 증명했다. 227.2이닝을 던지면서 2년 만에 다시 200이닝에 복귀하였으며 3.04의 평균자책점, 1.00의 WHIP를 기록하며 2011년 이후로 가장 인상적인 시즌을 보냈다. 벌랜더의 활약에 지난 시즌 최악이었던 투수력이 개선되면서 아메리칸리그에서 최하위 였던 평균자책점(4.64)과 WAR(8.5)이 2016시즌에는 각각 11위(4.24)와 6위(16.8)로 향상되었다.벌랜더의 부활에도 디트로이트가 포스트시즌 티켓을 획득하지 못한 이유는 FA 2인방의 부진이었다. 업튼은 작년에 6.5%였던 인필드플라이%가 올해는 11.2%로 치솟으면서 전체적으로 타구의 질이 하락했고 데뷔 이후 가장 높은 삼진%(28.6%)와 가장 낮은 볼넷%(8.0%)은 역시 데뷔 이후 가장 낮은 wRC+(105)와 fWAR(1.4)라는 결과를 낳았다. 선발투수 짐머맨 역시 매우 실망스러웠다. 짐머맨은 워싱턴 내셔널스에서 최근 4년 동안 평균 202이닝, 3.13 ERA, 7.3 K/9, 1.7 BB/K를 기록했다. 하지만 2016시즌에는 후반기 부상과 부진으로 전혀 활약을 하지 못하면서 시즌 성적이 겨우 105.1이닝, 4.87 ERA, 5.6 K/9, 2.2 BB/9에 그쳤으며 디트로이트가 아쉽게 포스트시즌 티켓을 잡지 못하게 된 주범이 되었다.여전히 이안 킨슬러, J.D 마르티네즈, 미구엘 카브레라 등이 버티는 타선은 여전히 강력하며 신인왕을 수상한 선발투수 마이클 풀머가 내년에도 활약을 이어가고 벌렌더가 올해의 기세를 유지할 수 있다면 내년에도 디트로이트는 포스트시즌에 가까운 팀이 될 것이다. 하지만 디트로이트는 지난 몇 년 동안 너무 많은 돈을 써왔고 연봉에 대한 유동성이 완전히 꽉 막혀버렸다. 카브레라, 벌랜더 등의 간판스타들이 현재 트레이드 루머에 오르내리는 것이 바로 현재 디트로이트의 상황이다.◇3위 캔자스시티 로얄스 (81승 81패)지난 시즌 월드시리즈 우승팀인 캔자스시티는 오프시즌에 선발투수 쟈니 쿠에토, 2루수 벤 조브리스트, 불펜투수 라이언 매드슨이 FA로 팀을 떠났다. 그리고 전력 누수를 막기 위해 다소 무리해 보이는 계약을 감행했다. (선발투수 이안 케네디 5년 7000만불 / 불펜투수 호아킴 소리아 3년 2400만불) 하지만 캔자스시티의 모험은 좋은 결말을 얻지 못했다. 케네디는 커리어에서 가장 많은 피홈런을 기록했고 소리아는 결정적인 순간마다 실점을 허용하면서 지난 오프시즌 최악의 계약 중 하나로 이름을 남겼다. FA계약의 실패도 뼈아팠지만 지난 시즌 우승팀인 캔자스시티가 중부지구 3위에 그친 가장 큰 이유는 득점력의 부진이었다. 지난 시즌 캔자스시티의 타선은 6명의 타자가 0.800이상의 OPS를 기록했다. 하지만 2016시즌엔 단 한명의 선수도 0.800이상의 OPS를 기록하지 못했으며 득점력 역시 724득점에서 675득점으로 하락했다. 그 결과 wRC+는 아메리칸리그 최하위, 투수가 타석에 들어서는 내셔널리그를 포함해서도 30개 팀 중에서 27위를 기록했다. 캔자스시티에게 점수를 얻지 못하는 타선은 자신들의 자랑인 불펜을 써보지도 못하고 패배하는 원인이 되었다.선발투수들의 부진도 캔자스시티의 발목을 잡았다. 캔자스시티의 홈구장인 카우프만 스타디움은 콜라라도 로키스의 홈구장 쿠어스 필드 다음가는 넓은 구장으로 홈런을 가장 치기 어려운 구장 중 하나. 하지만 캔자스시티의 선발투수들은 151개의 피홈런을 기록하며 아메리칸리그에서 피홈런 1위의 불명예를 안았다. 홈구장을 이점을 전혀 살리지 못한 선발투수들은 5.6 fWAR로 아메리칸리그 14위를 기록하며 캔자스시티는 투타 전체적으로 만족스럽지 못한 시즌을 보냈다.◇ 4위 시카고 화이트삭스 (76승 86패)2015시즌, 화이트삭스의 야수들은 공격, 수비 모든 부분에서 매우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MLB 전체에서 최하위에 해당하는 3.4의 야수 전체 fWAR은 화이트삭스의 야수진이 얼마나 심각한 수준이었는지를 보여주었다. 2016시즌이 시작 되기 전, 이를 보완하기 위해 화이트삭스는 LA 다저스와 신시네티 레즈와의 3각 트레이드를 통해 지난 2년 동안 64개의 홈런을 기록한 3루수 토드 프레지어를 영입했으며 오클랜드와의 또 다른 트레이드를 통해 한때 탑 유망주였던 3루수 겸 2루수 브렛 라우리를 로스터에 추가했다.하지만 시즌이 시작되자 기대는 무너졌다. 화이트삭스는 2015년에 비해서 발전하기는 했지만 2015시즌이 워낙 좋지 못했을 뿐 여전히 리그 하위권의 공격력을 보여주었다. 화이트삭스는 주전 라인업 9명의 선수 중에서 3할 타율을 기록한 선수가 한 명도 없었으며 출루율이 0.350 이상을 기록한 선수도 이튼과 어브레유 단 두 명 뿐이었다. 특히나 15개의 홈런을 기록한 선수가 단 두 명이었을 만큼 장타력에서 심각한 모습을 보였다. 득점(686점, 리그 11위), 장타율(.410, 11위), 볼넷비율(7.4%, 12위) 등 대부분의 공격 지표에서 리그 하위권을 기록한 화이트삭스의 타선은 아메리칸리그에서 12위에 해당하는 94의 wRC+를 기록하며 지난시즌과 크게 다를 것 없는 타격 성적으로 시즌을 마쳤다. 여기에 영입생 라우리는 부상으로 94경기 출장에 그쳤으며 건강하게 뛴 경기에서도 .248/.310/.413 12홈런, 삼진율은 데뷔 이후 최악의 수치인 28.4%까지 치솟으면서 전혀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화이트삭스의 악재는 경기장 밖에서도 이어졌다. 시즌이 시작 되기 직전, 라로쉬는 구단이 아들의 클럽하우스 방문 금지시키자 무려 1300만 달러를 포기하고 가족을 위해 은퇴 의사를 전달했다. 그리고 이 소식을 들은 세일 및 선수단은 시범경기 출장을 거부하며 시즌 시작 전부터 클럽하우스 분위기는 어수선해졌다. 시즌 도중에는 세일이 클래식 유니폼이 경기 집중에 방해된다며 라커룸의 유니폼을 모두 잘라버리며 출장정지 징계를 받는 등 여러모로 잘 풀리지 않던 2016시즌 이었다.2008년 이후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하고 있는 화이트삭스는 결국 2016시즌을 마치고 리빌딩을 선언했다. 4년 이하의 계약이 남은 모든 선수들에 대하여 트레이드 문의를 들어보겠다고 말한 화이트삭스는 크리스 세일, 호세 어브레유 등 다른 구단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뛰어난 선수들은 아직 여럿 보유하고 있다. 계속해서 어중간한 리툴딩을 고수해왔던 화이트삭스가 이번 겨울에는 만족할만한 리빌딩을 해낼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5위 미네소타 트윈스 (59승 103패)작년 성공적인 리빌딩에 KBO 홈런왕 출신 박병호를 영입하며 국내 야구팬들에게도 큰 관심을 받던 미네소타 트윈스. 하지만 2016시즌의 결과는 기대 만큼이나 너무 큰 실망을 가져왔다. 미네소타는 30개 팀 중에서 유일하게 100패, 그리고 3할 대의 승률을 기록했다. 미네소타가 마지막으로 100패를 기록한 시즌은 무려 34년 전, 102패를 당했던 1982시즌이었다. 더군다나 2016시즌은 미네소타가 긴 리빌딩을 끝내고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줘야 할 시기이기도 했다. 부진했던 성적이 더욱 뼈아픈 이유다. 그리고 리그 최하위의 성적 탓에 2000년대 초반에 미네소타의 부흥기를 이끌며 팬들의 큰 지지를 받았던 테리 라이언 단장은 시즌 도중 경질되었다. 미네소타는 아메리칸리그 최초로 40홈런 2루수가 된 브라이언 도지어(2016시즌 성적 .268/.340./546 / 42홈런 / 18도루 / 99타점 / 104득점)를 제외하고는 모든 부분이 모든 부분이 뜻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투수들은 ERA 5.39(30위), FIP 4.82(28위), WHIP 1.47(29위) 피안타율 0.288(30위) 등 거의 모든 지표에서 메이저리그 최하위를 기록하며 참담한 모습이었다. 야수들 또한 투수들을 전혀 도와주지 못했는데 미네소타는 수비 능력을 알려주는 지표인 DRS(Defensive Runs Saved) 와 UZR(Ultimate Zone Rating)의 팀 단위 수치에서 각각 -49와 -43.7로 30개 팀 중에서 모두 28위를 기록했다. 126개의 실책은 밀워키 브루어스에 이은 최다 2위였다.최악의 투수력과 수비력보다도 미네소타 팬들을 더 안타깝게 했던 부분은 미네소타의 미래를 책임져야 할 유망주들의 부진이었다. 특히나 이번 시즌 큰 기대를 모았던 전미 최고의 유망주 바이런 벅스턴은 1할대 타율을 벗어나지 못하고 두 번이나 마이너리그에 강등을 당했다. 이외에 미네소타 최고의 투수 유망주인 호세 베리오스는 58.1이닝 동안 8.02 ERA를 기록하며 혹독한 메이저리그 신고식을 치뤘으며 박병호는 투수들의 빠른공에 대처하지 못하고 1할대 타율을 기록했으며 6월 이후로는 메이저리그에서 볼 수 없었다. 작년 신인왕 투표 3위를 기록했던 미구엘 사노 역시 OPS수치가 0.130이상 하락하는 등 2016시즌의 미네소타는 안 되는 팀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봉상훈(야구공작소) 야구 콘텐트, 리서치, 담론을 나누러 모인 사람들. 야구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공유하고자 한다.
2016.12.14 06:00